강을 따라 가고 있으니까

강을 따라 가고 있으니까

지난 3개월만큼 서울과 진주를 자주 오간 적이 있었나 싶다.

도전숙에 들어간 이후, 서울은 비로소 내 공간이라고 부를 만한 거처가 생긴 도시가 되었다. 진주는 내가 자라온 도시다. 그렇게 서울과 진주는 지금 내 삶의 공간적 배경이자, 내게 가장 의미가 큰 두 도시가 되었다.

두 도시에는 꽤 인상적인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도시 한가운데로 큰 강이 흐른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강은 W자에 가깝고, 진주의 남강은 S자 형태로 굽이치지만, 이렇게 크고 좋은 강이 도시 한가운데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풍경은 생각보다 흔치 않다.

최근 3개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아티스트는 백현진이다. DMZ 피스트레인에서 듣고 반한 곡이 하나 있는데, 바로 아직 발매되지 않은 〈답장〉이다. 가사나 주요 멜로디나 여러모로 방백의 〈한강〉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한강〉의 Part 2 같은 노래가 아닐까 싶다.

라이브에서도 두 곡을 별다른 멘트 없이 이어 부르곤 한다. 〈답장〉의 '강을 따라 가고 있으니까'라는 가사와 〈한강〉이라는 제목, 그리고 강을 따라가는 듯한 두 노래의 정서가 어딘가 닮아 있다. 방백의 앨범 《너의 손》과 그중에서도 〈한강〉을 워낙 좋아했던 터라, 처음에는 〈답장〉을 〈한강〉으로 향하는 빌드업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답장〉에 더 마음이 간다.

서울과 진주에서의 생활이 실제로 강을 따라 걷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강이 흐르는 두 도시를 오가며 살아가는 것이 어쩐지 '강을 따라간다'는 말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내 20대 초·중반도 그랬던 것 같다. 삶의 궤적에 되도록 '억지'가 없도록 노력해 왔고,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강을 따라 흘러온 것이 아닐까.

물론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그저 강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는 일도 충분히 멋진 일 아닌가 싶다. 관성이라는 것 자체에는 좋고 나쁨의 가치판단이 없다. 그저 세상이 움직이는 하나의 원리일 뿐이다. 그렇지만 내가 흘러가는 방향에 스스로 납득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일종의 좋은 관성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나는 요즘 지리적으로도, 삶의 궤적에서도 강을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나름의 자기효능감도 느낀다.

삶의 큼지막한 고민들은 지금 당장 답을 내리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아직 알 수 없는 것들은 강을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마주하게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하루하루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여러모로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별 내용은 없지만, 요즘의 내게는 꽤 위로가 되는 음악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gsBNj2UH6c&list=RDLgsBNj2UH6c&start_radio=1